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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와 10만원
나는
서해의 작고 후미진 섬에서
고등학생이 될 때까지 자랐습니다.
어느날 고깃배와 함께 파도에 떠밀려간
아버지.....
아버지를 앗아간 몹쓸 바다를
끝내 떠나지 못하고 김양식장에서 온종일
짠물에 시린손을 담근 채
살아온 어머니!
"호....호오 손 시려라...."
어머니는 한 장 두 장 백 장 이백 장
김을 만들어 나와 어린 동생들을
먹이고 입히고
가르치셨습니다.
"어휴....어짠다."
중학교를 졸업할 무렵 집안 형편은
기울대로 기울었고 나는 고등학교 합격통지서를
차마 어머니께 보여드리지 못해 몇날 며칠을
끙끙 앓고만 있었습니다.
고등학교를 가려면 육지로 나가야 하기 때문에
스스로 무리라고 판단해 버린 것입니다.
학교도 못 가고 좁아터진 섬구석에
틀어박혀 젊은 날을 보내야 한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답답하고 화가 치밀었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날 저녁
어두어져서야 집으로 돌아온 나는
뜻밖의 장면에 깜짝 놀랐습니다.
어머니가 명절이나 돼야
한번 차릴까말까한 진수성찬을
차리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어이구 내 아들, 잘혔다... 잘혔어."
"예? 뭘 잘해요?"
"형 ... 축하해?"
"넌 또 뭘 축하해?"
"아야, 아까 선상님이 댕겨 가셨다.가만 있어봐라."
그랬구나! 그랬어...
내가 겨우 사태를 파악하고 표정을 수습하는 사이,
어머니는 부엌구석에 쌓아둔 장작더미에
손을 넣고 한참을 휘저으시더니
비닐에 꽁꽁 싸인 것을
꺼내셨습니다.
"사내 자슥은 배워야지. 아무 걱정 말고 핵교 가거라."
비닐봉지 속엔 김을 팔아 모은 돈
10만 원이 들어 있었습니다.
부자의 억만금보다 크고 귀한 돈....
"니 등록금 할라고 모은겨."
"엄마....."
세월이 흘러
대학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 나는
지금도 장작더미 속에서 꺼낸
어머니의 그 짠내 나는 돈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행복한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