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숲에 붉은 입술이 / 양현주


동백숲에 들면
참았던 말들이 쏟아진다
저 붉은 입술들

오동도 파도 소리에 귀가 젖은
노란 암꽃술이 먼 하늘 바라본다
중심에 별을 품고 혼자 붉어서 서러운 밤,
눈뜬 채 져버린 꽃이다

누군가에게 마음 열어 보였다면
스스로 목을 치지 않았으련만
천년만년 동백나무 우듬지에 집 짓고
눈먼 사랑, 나눌 수 있었을까

갯바람도 따습고
산과 하늘도 살을 섞어 봄을 낳았는데
바닥으로 뛰어내린 저 여인,
활활, 타던 몸이 식어간다

누구를 기다렸나, 차마 눈감지 못하고
끝내 말 한 마디 못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