唯井/朴貞淑
긴 동면 벗어나려고
부스스 눈 비비고
눈 카풀을 열었습니다.
짓눌린 가슴을 풀어헤치고
힘 버거워, 채 뜨이지 않은
눈으로 쏟아지는
세상의 빛을 보았습니다.
빨간 눈 망울처럼 생긴 새순
마른 팔다리 거친 피부색
말 없는 고통을 참아야 했던 시간
이제는 봄 햇살이 따사로운
손길로 살며시 만져주고
봄비마저 언몸에 생기를 얻도록
촉촉이 열었던 몸을 씻어줘
이제는 새로움을 알고
새들과 춤을 추게 된
실바람 속에 피어난 백목련의
아릿한 향으로
온 몸을 바르고 내님 향하여
한 발자국 가까이 가고 싶습니다.
봄의 소리 들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