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너무 그리운 날은 / 김구식


사랑에 찬바람 불어닥칠 날 없으랴
사랑에 구멍나지 않을 가슴 있으랴
뒹굴어도 목메어도 풀리지 않는 응어리
사랑이 그리 수월한 장난이더냐
사랑은 문 틈 사이로 눈만 내놓고
마음은 저 동구 밖에 나가서
오지 않는 사람을 기다리는 일이니
오감이 다 한 곳으로 쏠리고
육감까지 동원하여 환상을 보면서
빈혈증에 시달리는 것이라
그래도 견디는 자는 행복하리라
얼어붙은 겨울 강바닥
그 밑에 노니는 물고기 사랑이어서
너무 그리워 바싹 다가서노라면
온몸에 얼음 되어 박히고
나약한 영혼은 화상을 입으니
사랑이 너무 그립더라도
태연한 척 등 돌려서
미워서 잊었노라고
큰 소리나 칠 일이다
베개나 끌어안고 발악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