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1대전방송]"아침마당" 생방송 "직장인들이여 꿈과 열정을 노래하자"

대전386밴드


[피플]마흔 넘어 노래인생 시작하는 ‘대전386밴드’ 2005년11월25일자 경향신문기사중에서..


누구나 마음 속에서 만지작거릴 뿐 꺼내놓지 못하는 ‘꿈’이 있다. 그 꿈을 마흔 넘어 펼쳐보이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대전386밴드’ 사람들이다. 마흔 넘어 음악의 꿈을 이룬 행복한 사나이들을 만났다.

일요일 낮의 인터뷰가 반갑지 않을 텐데도 멤버들이 빠짐없이 참석했다. 유쾌함과 열정이 비좁은 연습실을 휘감았다. 수인사도 나누기 전에 음악부터 들어보라면서 각자의 악기 앞에 섰다.

‘나 어떡해’ ‘광야에서’ ‘모나리자’…. 70~80년대 히트곡과 민중가요를 연이어 불렀다. 20년 전 청바지에 티셔츠, 어쩌면 머리띠를 두르고 불렀을 노래들. 그 노래를 20여년이 지난 지금 양복에 넥타이 차림으로 부르고 있다는 것 외에는 달라진 게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시절의 열정과 감성이 그대로 묻어났다.

#20년 전 묻었던 노래의 불꽃

“음악을 정말 좋아했어요. 그러나 음악을 하지 못하고 평범한 직장인이 되었죠.” 눌러도 눌러도 불쑥 불쑥 올라오는 음악에 대한 열정 때문에 다시 기타를 잡게 됐다는 이기행씨(41·건강보험 심사평가원). 인터넷 음악동호회 카페를 만들면서 음악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하나 둘 모이다 보니 지금의 ‘대전386밴드’가 결성됐다. 키보드, 드럼, 기타, 보컬 등 총 10명으로 구성된 멤버들 대부분이 직장인. 낮에는 회사원, 밤에는 가수인 셈이다.

음악을 좋아한다는 것 외에는 직업도 연령도 다르지만 이들의 팀워크는 환상적이다. 음악에 대한 꿈과 애정을 간직해 온 사람들이라 서로의 눈빛만 봐도 척척 호흡이 맞는다. 지난해 2월 결성된 새내기 아마추어 밴드지만 연주 실력은 프로 못지않다. 보컬을 맡고 있는 라의형씨(43·포도에셋 대표)는 ‘노래를 찾는 사람들(노찾사)’에서 활동한 경력이 있으며 키보드를 맡고 있는 김창호 단장(50·KISS7080대표)은 고교시절 밴드부로 활동, 해외공연 경력까지 있다. 이밖에 대부분의 단원들이 학창시절 음악활동을 했고, 무대에 서본 경험이 있는 아마추어답지 않은 아마추어들이다.

#꿈과 열정으로 다시 피운 노래의 꽃

“나의 불꽃이 희미해질 때 옆에서 살짝만 불어줘도 불길이 확 타오르잖아요.” 노래에 대한 이들의 꿈과 열정은 서로에게 전이돼 삶의 곳곳에서 시너지를 낸다. 직원들과 회식을 하고 라이브카페에 갔다가 단장 김창호씨의 눈에 띄어 전격 스카우트됐다는 라의형씨. 그는 바쁜 중에도 시간을 내 참여하는 보컬활동이 생활의 활력제가 된다고 말한다. “연습하는 날이 기다려지고, 가면 즐겁고, 소리가 주는 위안도 있고….” 그는 회사를 서울로 옮겼지만 그 맛 때문에 대전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 세컨드 기타와 보컬을 겸하고 있는 윤명구씨(42·시스템헤드 대표) 또한 다시 찾은 노래의 꿈이 생활 곳곳에서 윤활유가 되고 있다고 한다. “40이 넘으니까 인생에 있어서 무엇이 중요한지 알게 되었다”는 그는 모임을 통해 대인관계도 넓히고, 순수함이 주는 휴식을 만끽하고 있다고 말했다.

‘음악이 아니면 우리가 어떻게 만났을까’ 싶을 정도로 이들은 음악이 맺어준 인연에 감사한다. 음악이 좋아 만나다 보니 혼자서는 생각지도 못했던 좋은 일도 하게 됐다. 지난해 10월에 창단 첫 콘서트를 열어 불우이웃 자선기금을 마련했는가 하면 장애인생활시설의 위문공연도 가졌다. 다가오는 크리스마스에도 가족과 이웃을 위한 특별공연을 열 예정이고 나눔행사도 지속적으로 펼쳐갈 생각이다.

젊은 날의 열정과 꿈을 마흔이 넘어 이룬 대전의 ‘386밴드’ 사람들. “밥만 먹고 살면 무슨 재민겨?”라는 김단장의 한마디는 진짜 인생을 아는 사람의 뼈있는 충고처럼 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