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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드나무/함민복
버드나무는 붉은 태양과 푸른 하늘 향해
한 生을, 가지를 뻗어 올리지 않는다
더 높은 곳에 희망을 두고
살아간다는 허망함에
反가지를 치렁치렁 당당히 내린다
버드나무는 향일성 세계의 이단아다
버드나무는 자신을 단단하게 만들어
세파를 이기려 하지 않는다
근육에 힘빼고 목소리 낮춘 부드러운 힘으로
버드나무는 자신을 사랑한다
사색의 가지 늘어뜨려 자신의 몸을 더듬기도 한다
나는 정말 존재하는가
그러나 버드나무는
가시로 온몸을 무장하는 가시나무처럼
광신적으로 자신을 사랑하지는 않는다
어차피 흙으로 다시 돌아갈 육신
흙에서 멀리 도망쳐보았자 무엇하나
정말 나는 흙이 아닌 나로 존재하는가
버드나무는 삶의 회의주의자다
버드나무는 무엇이 그립는지
지난 세월 살았던 기억 속으로
가지를 차르르 늘어뜨려
살아온 공간을 반추하며
흙이었던 시절, 육신의 고향을 향해
이른 봄 버들개지를 피운다
버드나무는 지독한 향수병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