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유불급(過猶不及)

 
큰형은 매일 아침마다 닭장과 우리 구석구석을 다니며 예닐곱 개의 달걀을 챙겼는데,
언제부턴가 암탉들이 인색해졌다.
꼬박꼬박 달걀을 낳던 암탉이 하루 걸러서 낳기도 하고 이틀을 거르기도 했다.
이제 겨우 일년 정도 자란 닭이라 한창 알을 낳을 수 있는데도 말이다.
지금은 배부른 세대다.
물론 아직도 한 끼를 걱정하며 사는 사람들이 적지 않지만 그 높다던 보릿고개를 넘지 않아도 된다.
이맘때면 보리이삭이 막 여물어 수확을 할 때이다.
보리는 쌀의 대체작물로서 가난의 상징이었지만 이제는 추억의 음식이자 별식이 되었다.

시골엔 어머니가 계신다.
언젠가 내가 시골에 내려갔을 때 어머니는 된장을 풀어 보릿국을 끓여 주셨다.
그 구수한 보릿국을 먹으며 초등학교 시절 시렁에 걸린 바구니에서 보리밥을 꺼내 먹던 것과,
통통하게 여문 보리이삭을 짚불로 그슬러 먹던 것이 아련하게 떠올랐다.

그때는 하루에 쌀밥 한 그릇만 먹을 수 있다면 그지없이 행복하다고 여겼다.
그런데 지금도 난 하루에 겨우 쌀밥 한 그릇만 먹는 경우가 많다.
지금은 없어서가 아니라 많아서이다.
그만큼 다른 먹거리가 많아졌고, 배고프지 않기에 굳이 쌀밥이 아니더라도 하루가 고프지는 않다.


시골집 큰형의 텃밭에는 가축우리가 있다.
그 안에는 닭장도 있고 토끼장도 있고 감나무와 대추나무도 있다.
기러기, 거위, 토끼, 닭, 오리 등등이 함께 생활한다.
 
닭장이 있지만 닭들이 그곳에 갇혀 살지는 않는다.
잠은 나름대로 정해진 서열대로 나뭇가지 위에서 자기도 하고, 닭장 안에서는 알을 낳고 품는다.
 

 
 
 
닭은 이것저것 잘도 먹는다.
흙을 헤집으며 곤충을 잡아먹기도 하고 잡초도 뜯어먹기도 한다.
가을에 감이 노랗게 익으면 날아서 감을 따먹기도 한다.
사람이 먹다 남긴 음식쓰레기는 다 먹는다.
 
큰형네 집은 동네를 가로지르는 길가의 중간에 있는데,
동네사람들이 언제부턴가 음식물쓰레기를 닭장에 버리기 시작했다.
병아리였던 닭들이 어느덧 어미닭이 되더니 알을 낳고 품어 다시 병아리를 깠다.
매일 서너 개의 달걀을 얻는 재미도 솔솔 했었단다.

큰형은 매일 아침마다 닭장과 우리 구석구석을 다니며 예닐곱 개의 달걀을 챙겼는데,
언제부턴가 암탉들이 인색해졌다.
꼬박꼬박 달걀을 낳던 암탉이 하루 걸러서 낳기도 하고 이틀을 거르기도 했다.
이제 겨우 일년 정도 자란 닭이라 한창 알을 낳을 수 있는데도 말이다.

이웃동네의 양계장을 하는 분에게 물어보니 닭이 너무 잘 먹고 자라면서 비만해졌기 때문이란다.
그러고 보니 암탉의 엉덩이에 살이 많이 쪄서 오리처럼 뒤뚱뒤뚱 걸어 다녔다.
닭이 일년쯤 지나면 비만이 되어 계란도 잘 낳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닭을 열흘 가량 굶겨서 쌓인 지방을 빼면 다시 새 닭처럼 알을 잘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살진 암탉들은 닭장에 갇혔고, 얼떨결에 수탉은 홀아비가 되어버렸다.


동물과 마찬가지로 식물도 지나치게 자라면 열매를 맺지 못한다.
적당한 궁핍은 오히려 생명을 유지하는 원동력이 되는 것이다.
풍요한 세대에 절제의 자세가 필요하다.
예수님은 잎만 무성한 무화과를 꾸짖었다. 내 모습은 또한 그렇지 아니한가 ?


 
옮 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