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불/최명희


쓰지 않고 사는 사람은 얼마나 좋을까

때때로 나는 엎드려 울었다

그리고 갚을 길도 없는 큰 빚을 지고

도망 다니는 사람처럼

항상 불안하고 외로웠다

좀처럼 일을 시작하지 못하고

모아 놓은 자료만을 어지럽게 쌓아둔 채

핑계만 있으면 안 써보려고

일부러 한 눈을 팔면 처음과 달리

거의 안타까운 심정으로 쓰기 시작한

이야기 "혼불"은 드디어

나도 어쩌지 못할

불길로 나를 사로잡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