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속에 등불을 켜면 / 문정영


가슴속에 등불을 켜고 보면
저만큼 지나가 버린 사람의 뒷모습도 아름답다
젊음의 서투른 젓가락질 사이로 빠져나간
생각들이 접시에 다시 담기고
사랑니 뺀 빰처럼 부풀어 오른 한낮의 취기도
딱딱한 거리를 훈훈하게 한다
나무들도 나처럼 한 잔의 술로
등불을 켜는 것일까
겨울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여윈 저들의
어깨가 지나친 사람의 뒷모습처럼 아름답다
한때 와디가 흐르지 않는 사막처럼
모래성이 쌓이던.
씹히지 않던 일상도 생각의 양쪽 어금니를 사용하면
잘게 부셔져 소화된다
입 속을 행구워낸
한 모금의 수돗물로도 입내음이 향기롭다
가슴속에 등불을 켜고 보면
스쳐 지나간 사람의 옛모습도
종이학처럼 작게 접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