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찌 하오리까/유승희


새털 같은 가벼움으로
공기속에
불어 오는 바람결에
그대 내 곁에 오시면
어찌 하오리까

스쳐 지나가는 옷자락에
전생의 인연인 듯
마음자락 내려 놓으려 하시면
어찌 하오리까

빈 가슴에
격량으로 밀려오는 파도가 아닌 잔잔한 물결로
촉촉히 내려주는 봄비처럼 젖어드는
새벽이슬 맞고 뾰족이 얼굴 내미는 파릇함으로
언제나 늘 그자리에 등불 밝히는 섬처럼
그런 사랑이고 싶습니다

순백의 가슴속에
사랑 가득 채워두고
거센폭풍 일으키고
여름 불볕에 잠 간 스치는 여우비처럼 지나가 버리시면
지는 낙엽처럼 저 버리시면
떠도는 섬처럼 떠나버리시면
어찌 하오리까

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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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 하오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