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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내 태양이 떠오르자 평양은 그 속살을 드러낸다. 평양 시민들은 자전거 페달을 밟으며 출근길을 재촉하는 모습이다. 남쪽에서 지원해 평양 외곽에 지은 ‘장교리인민병원’ 준공식 취재차 11월 말 방북길에 오른 기자의 평양 첫날은 그렇게 다가왔다. 거리에 나서니 출근길 시민들 뒤편으로 ‘핵보유국’임을 강조하는 선전 간판이 곳곳에서 눈에 띈다. 김일성 광장에는 이른 아침인데도 내년도 ‘아리랑축전’을 연습하는 학생들로 분주하다. 묘향산 안내원, 인민병원 의사, 중학교 학생, 분유공장 노동자, 병원 건설 노동자. 내 카메라 렌즈와 눈을 맞춘 북쪽 사람들이다. 끝내 마주보지 못한채 거리를 지나간 평양 시민들도 있었다. 수줍은 미소도, 굳은 얼굴도 사진에 남았다. 한 민족, 한 핏줄임도 느꼈고 나와는 너무 다르다는 이질감도 가졌다. 짧은 3박4일의 방북 일정을 마치고 비행기에 오르는 발걸음은 무거웠다. 북쪽 안내원에게 빨리 다시 오고 싶다며, 이별의 ‘아쉬움’이 크다고 말했다. 하지만 진심은 그게 아니었다. 나의 진한 아쉬움은 내가 만났던, 아니 보았던 북쪽 사람들과 몇 마디도 하지 못하고 남쪽으로 돌아와야 하는 현실이었다. 그들과 다시 만날 수 있다면, 나의 작은 바람은 손을 붙잡고 얼굴을 맞대며 밤새도록 얘기꽃을 피우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