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의 주소는 이사를 하지 않는다 / 김명원


때때로 감추고 사는 것들이 있습니다
마른 날 거리에 서면
플라타너스,예수의 앙상한 두 팔 사이로
고요한 무덤처럼 걸리어 있는 은빛 태양이
잊을 수 없는 그대 이름으로 빛나기도 합니다
세월을 약속해 오던 시절이 소리 없이 걸어와
축축한 저녁 어깨에 걸어주고
괜찮아,등 두드려 주기도 하지만
먼 기억들은 그저 발바닥이 따뜻하도록
아득할 뿐입니다
우리는 단지 조금 알아가는 걸까요
굽 낮은 구두 뒷발길에 걸려 넘어지는
젊은 날의 환성과 희망 몇 조각이
아직은 수선점에서 정성들여 못질되고 있으리라는
지금은 흐려지는 시력을 호호 불며

윤색되는 얼굴들에 애써 실핏줄 몇 개를 더 그려 넣지만
뒷날 언제인가는 우리 모두 어깨동무하며
살아왔던 옛 집에서 그리움의 등불을 밝히고
나의 천박한 감수성에
그대 눈부시던 눈물을 섞어
한 잔의 차로 타서 나누어 마시며
오래 오래 마주 앉아 바라볼 수만 있어도 좋으려니
하니 기다리겠습니다 주소가 바뀌지 않을
바로 이 마음에서,소박하나 순결한
시(詩) 안에서 아주 낮게 기다리고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