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끝날무렵/김용화


 


 


또 다른 계절이 시작되면


먼저 바람이 붑니다


계절의 덧문을 닫을 때도


바람이 먼저 불지요


 


매미도 지쳐 잠든


어둠이 내린 여름밤


정자나무 밑에 앉아


바람의 이야기를 듣습니다


 


곧 가을이 온다는 소식


바람은 마음에도 스며들어


길섭 코스모스를 피우고


달빛 아래 그리움 한아름 놓고 갑니다 


 


머지않아 빛 고운 가을이 오면


향기 깊은 차 한잔 우려 놓고


숲이 보이는 창가에 앉아


그리움과 마주하려 합니다


 


쓸쓸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받아 주십시오


그리움으로 멍이들면


낙엽편지 한장 띄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