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 장작/김용택


 



비 올랑가


비 오고 나먼 단풍은 더 고울 턴디


산은 내 맘같이 바작바작 달아오를 턴디


큰일났네


내 맘 같아서는 시방 차라리 얼릉 잎 다 져부렀으먼 꼭 좋


것는디


그래야 네 맘도 내 맘도 진정될 턴디


시방 저 단풍 보고는


가만히는 못 있것는디


아, 이 맘이 시방 내 맘이 아니여!


시방 이 맘이 내 맘이 아니랑게!


거시기 뭐시냐


저 단풍나무 아래


나도 오만 가지 색으로 물들어갖고는


그리갖고는 그냥 뭐시냐 거시기 그리갖고는


그냥 확 타불고 싶당게


너를 생각하는 내 맘은 시방 짧은 가을빛에 바짝 마른 장


작개비 같당게


나는 시방 바짝 마른 장작이여! 장작
 


 



- 김용택 시집 "그래서 당신"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