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속의 방/김명리


 



그는 슬픔이 많은 내게
나무 속에 방 한 칸 지어주겠다 말했네


 


가을 물색 붉고운 오동나무 속에
아무도 모르게
방 한 칸 들이어 같이 살자 말했었네


 


연푸른 종소리 울리는 초사흘 달 빛
마침내 합환 송화주 한 잔
단숨에 남김없이 들이키겠네
내안의 소쩍새 울음 젖은 봄산을 뒤흔들겠네


 


유리창떠들썩팔랑나비 날아가고


 


숲속떠들썩팔랑나비 날아오고


 


보랏빛 수수꽃다리 꽃 진 새로


 


홀연 두 사라진 몸이
오동꽃 연분홍 향으로 천지에 가득하겠네.


 


 


 


 


*그 방에 들어가 살고 싶어요*


 


-시집 "그대가 그리우면 나는 울었다"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