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월/고성만 
 
모란의 
삼단 같은 치마폭을 걷어올려 
머리채 꼭두에 비끄러매어라 
눈부시게 황을 타우는 석류나무 아래 
원색의 이국종을 사랑하는 것들 
속눈썹이 까아만 
실잠자리랑 금잔화랑 
얼뚱아기가 된 나는 집을 지키는데 
어머니는 두어 평 산밭을 
망태에 넣고 떠나신 한낮 
큰 방문 아래 방문 
죄다 꼭꼭 걸어 잠그고 
구들 밑에 알타이 족의 갈증나는 불씨를 
세 톨만 훔쳐 달아나라 
허리가 느을씬한 집나리 근처 
설핏 풋잠이 드는 나에게 
묻혀오는 아아 
묻혀오는 웃음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