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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아직 끝나지 않은 기쁨/마종기 오랫동안 별을 싫어 했다. 내가 멀리 떨어져 살고 있기 때문 인지 너무나 멀리 있는 현실의 바같에서, 보였다 안보였다 하 는 안쓰러움이 싫었다. 외로워 보이는 게 싫었다. 그러나 지난 여름 북부 산맥의 높은 한밤에 만난 별들은 밝고 크고 수려했 다. 손이 담길 것같이 가까운 은하수 속에서 편안히 누워 잠자 고 있는 맑은 별들의 숨소리도 정다웠다. 사람만이 얼굴을 들어 하늘의 별을 볼 수 있었던 옛날에는 아무데서나 별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빨 리 지나가는 요즈음, 사람들은 더 이상 별을 믿지 않고 희망에 서도 등을 돌리고 산다. 그 여름 얼마 동안 밤새 껏, 착하고 신 기한 별밭을 보다가 나는 문득 돌아가신 내 아버지와 죽은 동생 의 얼굴을 보고 반가운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사랑하는 이여 세상의 모든 모순 위에서 당신을 부른다 괴로워 하지도 슬퍼 하지도 말아라 순간적이 아닌 인생이 어디에 있겠는가 내게도 지난 몇 해는 어렵게 왔다 그 어려움과 지친 몸에 의지하여 당신을 보느니 별이여, 아직 끝나지 않은 애통한 미련이여, 도달하기 어려운 곳에 사는 기쁨을 만나라 당신의 반응은 하느님의 선물이다 문을 닫고 불을 끄고 나도 당신의 별을 만진다 -별은 싫은 날이 있고 반가운 날이 있다. 별때문이 아니라 나 때문이다. 내 처지가 안쓰럽거나 외로워 보이는 날은 별 도 그렇게 보여서 싫다. 그러던 어느 날 별이 다시 정답게 내려오는 때가 있다. 별이 너무 밝고 크고 수려하고 맑기 때 문이기도 하지만 별 속에서 이세상 뜬 반가운 사람들의 얼굴 을 발견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런 날 이야기를 나누는 별은 하느님의 선물처럼 느껴진다. 별에게서 위로를 받는다. "괴로워하지도 슬퍼하지도 말아라/ 산간적이 아닌 인생이 어디 있겠는가"이런 위로의 말. 돌아가신 아버지와 죽은 동생 때문에 많이 괴로워 했는데 별 에게서 듣는 그런 말은 큰 힘이 된다.고국을 떠나와 먼 타국 땅에서 지내는 삶이 말 할 수 없이 외로운 데다가 너무나 멀리 있는 현실의 바깥에서 그리운 얼굴들이 보였다 안보였다 하기 도 하고, 내 존재 역시 보였다 안 보였다 하는 것처럼 느껴져 깜박이는 별조차 싫었다. 그런데 오늘 별에게서 "도달하기 어 려운 곳에 사는 기쁨을 만나라"는 이야기를 듣는다. 그리하여 어려움과 지친 몸에 의지하여 별을 보면서 아직도 끝나지 않은 애통한 미련을 끝나지 않은 기쁨으로 바꾸게 된다.- - 시집 "부모와 자녀가 꼭 함께 읽어야 할 시" 중에서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