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병초


은밀한 밤을 갖고 싶다 남들처럼 하룻밤에 만리장성을 쌓

는 밤 너를 위해서라면 내 온몸의 모세혈관이 툭툭 터져도

좋은 밤 꼴깍꼴깍 침만 삼키는 병신 같은 밤은 제발 가고 한

꺼번에 청춘이 폭삭 주저앉는 밤 쥐도새도 모르게 수천 년

이 뒤집히는 밤 수천년을 뒤집어도 솟구치는 밤 천불 같은

밤 흔적 없는 밤 흔적도 없이 다시 오는 밤 너만 알고 꼭 나

만 아는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