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의 노래 / 권천학

호박꽃 초롱에 개똥불 밝히고
남몰래 외로움을 키우던
아들아
청보리 익히는 바람결에
역사의 늪은 깊어만 가는데
잊어서는 안된다
결코 잊어서는 안된다
6월의 들녘에 귀 기울이면
들려오는 소리
산과 들 어디에도
뼈를 깎는 소리
오장이 떨려 말 할 수 없어

초여름 보리누름에 오금이 쑤셔
밭둑길 내닫던
아들아
보리고개 허기를
샘물에 동동 타마시고
청올치 질긴 가닥으로 살았던
우리네 목숨
누구라도
삐비꽃 피는 언덕에서
풀꾹새 우는 소리를
눈물로 듣지 않으랴
잡초 맺힌 골에
속절없이 바람만 불어

개구리 논빼미 물코 터놓고
눈물고인 목울대 씻어내어도
아물길 없는 그날의 아픔
아카시아 꽃자리 메꾸며
차오르는 나이
언젠가
그 언젠가 돌아와 서야 할
그대들의 자리
벼가 자라고 있는 들녘에 서면
살아있는 목숨이 부끄러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