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그대의 풍경이 되어 주리라 / 여경희


나 그대의 풍경이 되어 주리라
그대 갈매기 되어 날아가면
나 잔잔한
바다 되어 함께 가고
그대 비를 맞으며 걸어가면
나 그대 머리 위 천막 되어 누우리라
그대 지쳐 쓰러지면

나 바람 되어 그대 이마 위 땀 식혀 주고
여름 밤 그대 잠 못 이뤄 뒤척이면
방충망 되어 그대 지켜 주리라
눈이 와서 그대 좋아라 소리치면
난 녹지 않는 눈이 되어 그대 어깨 위에 앉고
낙엽 떨어지는 날에 그대 낙엽 주우면
난 그 낙엽 되어 그대 책 안에 갇히리라
그렇게 언제나 그대 있는 곳에

그대 풍경이 되어 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