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시인의 봄/김용관
봄은 언제나
가난한 시인의 하늘
굶주림에 시 한편 녹아드는 밤에는
철철 끓어 넘치는 가슴
시인은
사랑의 자리가 비어있어
배고픔보다 더 쓰리다.
시원(始原)에서 내리는 봄비
굽이굽이 잊혀진 계곡을 돌아
길고 짧은 노래로 풀과 노래하며
먼 길을 떠나듯 쉬지 않고
자유가 그리워
그네처럼 오르고 싶은 쪽빛하늘
아직은 더디게 오시는 그 분
어디쯤에서 또 쉬고 있는 모양이다.
채워지지 않는 나들이에
살아가는 행장이 늘 상 아쉬워
마음속 출렁거리는 파란 물결
봄빛보다 더 찬란한 시인의 가슴
가난한 시인의 봄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