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이 가면 / 손정봉


4월이 가면
나의 봄도 함께 가야지

미풍은 귓가에서 멀어지고
진달래 향기는 초록에 스러지다

아!
4월의 마지막
땅거미도 없는 그 끝자락에
찬란하게 떠나는 너를 위해
웃음꽃으로 주단을 깔아 주리라
길게 늘어진 당신의 그림자에
행운의 머리 핀 하나
꽂아 주리라

4월이 가면
남은 계절은 걸어서 가자
저 황량한 여름을
맨발로 걸어서 또 걸어서
내 지친 삶의 발바닥에
굳은살은 더욱 더 단단해지고
좀 더 성숙해진 나는
가난한 자의 여유로움으로 살아가리라

4월이 가면
나의 상념은 잠시 오수를 즐기고
층층나무를 무심히 오르내리는 개미들에게
나의 봄을 눈물로 보내지 않은 이유를
천천히 이야기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