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드리리/정호승


모두 드리리

그대의 밥그릇에  내 마음의 첫눈을 담아 드리리

그대의 국그릇에 내 마음의 해골을 담아드리리

나를 찔러 죽이고 강가에 버렸던 피묻은 칼 한 자루

강물에 씻어 다시 그대의 손아귀에 쥐어 드리리


아직도 죽여버리고 싶을 정도로 나를 사랑하는지

아직도 사랑하는 일보다 사랑하지 않는 일이 더 어려운지

미나리 다듬듯 내마음의 뼈다귀들을 다듬어

그대의 차디찬 술잔 곁에 놓아 드리리

마지막 남은 한 방울 눈물까지도

말라버린 나의 검은 혓바닥까지도

그대의 식탁위에 토막토막 잘라 드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