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시 /이 상


역사(役事)를 하노라고 땅을 파다가
커다란 돌을 하나 끄집어 내어놓고 보니
도무지 어디서인가 본 듯한 생각이 들게 모양이 생겼는데
목도(木徒)들이 그것을 메고 나가더니
어디다 갖다버리고 온 모양 이길래 쫓아 나가보니
위험하기 짝이 없는 큰길가더라.

그날 밤에 한 소나기 하였으니 필시 그들이 깨끗이 씻겼을 터인데
그 이튿날가보니까 변괴(變怪)로다 간데온데없더라.
어떤 돌이 와서 그 돌을 업어갔을까
나는 참 이런 처량한 생각에서 아래와 같은 작문을 지었다.
"내가 그다지 사랑하던 그대여
내한평생에 차마 그대를 잊을 수 없소이다.
내 차례에 못 올 사랑인줄은 알면서도
나 혼자는 꾸준히 생각하리라. 자 그러면 내내 어여쁘소서."
어떤 돌이 내 얼굴을 물끄러미 치어다보는 것만 같아서
이런 시는 그만 찢어버리고 싶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