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산도(靑山道)/박두진


산아, 우뚝 솟은 푸른 산아.
철철철 흐르듯 짙푸른 산아.
숱한 나무들, 무성히 무성히 우거진 산마루에,
금빛 기름진 햇살은 내려오고,
둥둥 산을 넘어, 흰구름 건넌 자리 씻기는 하늘.
사슴도 안 오고 바람도 안 불고,
너멋골 골짜기서 울어오는 뻐꾸기.

산아, 푸른 산아. 네 가슴 향기로운 풀밭에 엎드리면,
나는 가슴이 울어라. 흐르는 골짜기 스며드는 물소리에,
내사 줄줄줄 가슴이 울어라. 아득히 가버린 것 잊어버린
하늘과 아른아른 오지 않는 보고 싶은 하늘에,
어쩌면 만나도질 볼이 고운 사람이, 난 혼자 그리워라.
가슴으로 그리워라.

티끌 부는 세상에도 벌레 같은 세상에도 눈 맑은,
가슴 맑은, 보고지운 나의 사람. 달밤이나 새벽녘,
홀로 서서 눈물 어린 볼이 고운 나의 사람.
달 가고, 눈물도 가고, 트여 올 밝은 하늘 빛난 아침 이르면,
향기로운 이슬밭 푸른 언덕을, 총총총 달려도 와줄
볼이 고운 나의 사람.

푸른 산 한나절 구름은 가고, 골 너머, 골 너머,
뻐꾸기는 우는 데, 눈에 어려 흘러가는 물결 같은 사람 속,
아우성 쳐 흘러가는 물결 같은 사람속에, 난 그리노라.
너만 그리노라. 혼자서 철도 없이 난 너만 그리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