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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의 몸/ 길상호
감자를 깎다 보면 칼이 비켜가는
움푹한 웅덩이와 만난다
그곳이 감자가 세상을 만난 흔적이다
그 홈에 몸 맞췄을 돌맹이의 기억을
감자는 버리지 못하는 것이다
벼랑의 억센 뿌리들처럼 마음 단단히 먹으면
돌 하나 깨부수는 것 어렵지 않았으리라
그러나 뜨거운 하지夏至의 태양에 잎 시들면서도
작은 돌 하나도 생명이라는
뿌리의 그 마음 마르지 않았다
세상 어떤 자리도 빌려서 살아가는 것일 뿐
자신의 소유는 없다는 것을 감자의 몸은
어두운 땅 속에서 깨달은 것이다
그러고 보니 그 웅덩이 속에
씨눈이 하나 옹글게 맺혀 있다
다시 세상에 탯줄 댈 씨눈이
옛 기억을 간직한 배꼽처럼 불거져 있다
모르는 사람들은 독을 가득 품은 것들이라고
시퍼런 칼날을 들이댈 것이다
2006.04.04 09:18:05
세상 어떤 자리도 빌려서 살아가는 것일 뿐
자신의 소유는 없다는 것을 감자의 몸은
어두운 땅 속에서 깨달은 것이다..
이 의미있는 구절에서 눈길이 한참을 머물었다..
난 언제 쯤이면 깨닫게 되는 걸까..
thanks 빈지게칭구~!
2006.04.04 11:48:34
an 칭구!
칭구는 젠즉 많이 깨닫고 계시겠지요?
언제나 생각이 깊고 넉넉하신 것을 보
면 말예요.
여기는 아침부터 봄비가 촉촉히 내리고
있답니다. 오늘도 즐거운 시간 되시길 바
랍니다. 칭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