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인연/ 윤동주


단,
단 한번의 눈마주침으로
서로를 그리워하고
서로를 사랑하게 되었으니
슬픔은 시작되었습니다.

서로를 그리워하면서도
못본체 했고,
사랑하면서도 지나쳤으니
서로의 가슴의 넓은 호수는
더욱 공허합니다.

자신의 초라함을 알면서도
사랑은 멈출 줄을 몰랐고,
서로가 곁에 없음을 알면서도
눈물은 그칠줄을 몰랐습니다.

이제,
서로가 한발씩 물러나
눈물을 흘릴 줄 압니다.

이들을
우린 슬픈 인연이라 합니다




윤동주(尹東柱 1917~ 1945)

1917년 북간도 명동촌(明東村) 출생
1925년 명동 소학교 입학
1929년 송몽규 등과 문예지 『새 명동』 발간
1932년 용정(龍井)의 은진 중학교 입학
1935년 평양 숭실 중학교로 전학
1936년 숭실 중학 폐교 후 용정 광명 학원 중학부 4학년에 전입
1938년 연희 전문학교 문과 입학
1939년 산문 <달을 쏘다>를 『조선일보』에, 동요 <산울림>을
         『소년』지에 각각 발표
1942년 릿쿄(立敎) 대학 영문과 입학, 가을에 도시샤(同志社)
          대학 영문과로 전학
1943년 송몽규(宋夢奎)와 함께 독립 운동 혐의로 일본 경찰에 체포
1945년 2월 16일 큐슈(九州) 후쿠오카(福岡) 형무소에서 옥사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유고 시집, 19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