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눈이 오는 날 편지를 부친다/정호승


용서하지 못하는 자를 위하여
봄눈이 오는 날 편지를 부친다.
용서할 수 없는 자에게 보내는 편지를 쓰며
사람들이 울면서 잠드는 밤
한 사람의 마음을 용서하기 위하여
마지막 잎새 하나 땅 위에 떨어지고
또 한 사람의 마음을 용서하기 위하여
또 한 사람의 들녘이 저물어간다.
용서하지 못하는 자의 어깨 위에 기대어
날마다 위로받지 못하는 자의 눈물이여
사랑할 수 없는 자를 용서하기 위하여
봄눈이 오는 날 편지를 부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