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의 향기 / 차영섭
붓털처럼 가지런히
몸과 마음 가다듬고
당신의 고운 허리
살짜기 감싸안아 돌려보니,
하늘보다 깊은 곳에서
구름 타고 내려
마당을 파고 흐르는 빗줄기 같이
모래알 흩날리는 바람 자락 같이
잠 들 듯 깨어날 듯 하면서
돛배 머리 돌리고
썰매 미끄러져 내리네.
하이얀 눈 위에 새 발자국인가
맨 땅에 나는 풀잎인가
다붓한 고요 속에서
새겨지는 얼의 술결들....
백자 청자 위에 날고,
나는 무념무상으로 떠도는 흰 조각 구름
묵향에 취해
당신 곁을 곰돌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