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스름 달빛 내리는
호숫가를 걷노니
푸른하늘 은하수 하얀 쪽배엔...
바람결에 들려오는 노래소리 간절하고
잠 못이룬 늦은 밤
쓸쓸한 산책길의 빈 가슴은
아득한 옛날이 어제인듯 그리웁다
[2]
천자문 가르치시던
각산 할아버지
세상 뜨신지 오래인데
어릴적 시골 서당에서
엄하신 할아버지 목소리에
소리높여 글읽던 소리
60여년 긴 세월 저편에서 메아리친다
[3]
하늘천 따지 검을현 누를황
집우 집주 넓을홍 거칠황...
회초리 챙기시는 할아버지 두려워
싫은 공부 억지로 하던
예닐곱살배기 또래들이
소리높여 천자문 읽던 시절 어제 같구나
[4]
까마득한 지난 세월에
어릴적 고운 꿈들 사라지고
잡히지 않는 이상을 쫓아
가시밭길을 걷던 수많은 날들
간절하던 소망마저 접어야 했던
60여년 긴 세월의 끝자락에
어이 인적없는 밤길을 홀로 서성일까
[5]
허무한 삶에 비틀대는
行旅病者의 모습인가
머나먼 여로의 끝이 가까운
지친 길손의 흐트러진 모습인가
초라한 행색은
어둠속에 흐릿한데
부질없는 옛 추억들만 뚜렷하여라
[6]
인연도 사랑도 소용 없고
꿈도 욕망도 부질 없어라
슬픔과 아픔일랑
어둠속에 묻어야지
고뇌의 짐들은 던져 버리고
힘든 삶의 질곡을 훌훌 벗어 나고파라
2005.10/동산의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