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가에서/한효순

채 녹지 않은 잔설
그 위로
햇살이 눈부신 날

유리창 너머
얼어붙은 허공 헤집고 늘어선 나무
몸 비비며 언 손 녹이다

벌거벗은 가지 틈새로
햇살 한 줌 받아 마시면

짧은 겨울볕
기우는 해 끌어다
긴 그림자 달래어
기억 저 편으로 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