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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저녁의 시/박주택
사위가 고요한 겨울 저녁 창 틈으로 스미는
빙판을 지나온 바람을 받으며,
어느 산골 쯤, 차가운 달빛 아래에서 밤을 견딜 나무들을 떠 올렸다
기억에도 집이 있으리라, 내가 나로부터 가장 멀듯이
혹은 내가 나로부터 가장 가깝듯이 그 윙윙거리는
나무들처럼 그리움이 시작되는 곳에서 나에 대한 나의 사랑도
추위에 떠는 것들이었으리라,
보잘것없이 깜빡거리는 움푹 패인 눈으로
잿빛으로 물들인 밤에는 쓸쓸한 거리의 뒷골목에서
운명을 잡아줄 것 같은 불빛에 잠시 젖어있기도 했을 것이라네,
그러나 그렇게 믿는 것들은
제게도 뜻이 있어 희미하게 다시 사라져 가고
청춘의 우듬지를 흔드는 슬픈 잠 속에서는
서로에게 돌아가지 않는 사랑 때문에
밤새도록 창문도 덜컹거리고 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