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내리는 날 오소서 / 고은영


탁류의 거품 문
비 오는 날이 아니라
더러움 감춘 순백은
아름다워 눈이 부신 날입니다

한 번도 내리는 눈에
나는
사랑을 키운 적이 없었습니다

늘 아픈 바람 같은 날이나
황홀한 가을에
사랑의 빌미를 걸어 두었으나
임은 소식마저 가물 했으니

영혼의 내 거처에
함박눈 송이로 내리는
한아름 사랑 담은 축복을 풀어

임이여
내게로 오시려거든
전혀 기억에 붙들리지 않는
눈 내리는 날 오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