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연/도종환


한평생을 살아도
말 못하는 게 있습니다.

모란이 그 짙은 입술로
다 말하지 않듯

바다가 해일로
속을 다 드러내 보일 때도

해초 그 깊은 곳은
하나도 쏟아 놓지 않듯

사랑의 새벽과 그믐밤에 대해
말 안하는 게 있습니다

한평생을 살았어도
저 혼자 노을 속으로 가지고 가는
아리고 아픈 이야기들
하나씩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