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안개 - 7. 가을 상념

청하 권대욱

찬 이슬이 흔적을 감추던 날에
용마산 그 긴 자락에는 가을 내음이 지나고.
한강물은 말도 없지만 그래도 흘러가건만
석양에 물들은 인수봉 아득도 하여라.
저 건너 불암산은 물빛마져 흔들리네

강변땅, 넓은 들판에는 바람마져 없으니
이 가을날 내 고향마져 멀어지노메라
상수리 한 알 두알 숲가에 뒹구는 날
주인 없는 무덤가에 이름모를 잡풀
이 산록에서 깊이 세워 가노라.

아직은 자태마져 고운 오리목 두 그루
어느덧 세월의 자취가 더덕 붙어있어
길 가는 나그네의 발걸음을 잡고나
숲너머 저 자락에는 풍경소리 은은한데
도솔천 구만리 저기인가 여기인가.

찬 바람 지나가며 구슬픈 미소짓고
어설픈 날, 산새소리마져 끊어지니
인적드문 이 산록에는 세월도 멈추었네
아이야, 너의 길과 나의 길은
거미줄 작은 이음줄로 같이 감이구나


---용마산정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