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물녘의 시 / 박광록
실밥 터진 추억들만
갱지처럼 나부끼는 이 가을에
저 하늘은
무슨 억장 무너지는 슬픔이 있어서
저리도 시퍼렇게 멍들었는지
알 수 없다
여름 내내
푸르디푸른 나뭇잎이
마음 안에 어떤 빗장뼈를 묻었기에
저토록 얼굴 붉어졌는지
알지 못한다
가슴에는 홀로 낙엽 지는데
저물녘의 황국은
어인 일로 여지껏 딴청부리다가
지금에야
맺힌 마음 송알송알 피워대는지
알 수 없다
그대 앞에만 서면
구공탄 꽃불처럼 타오르는지
저물녘의 혼곤한 흐느낌으로 흐르는지
알 수 없다
참으로 알 수 없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