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다는 것/안도현


이 지상에서 우리가 가진 것이

빈손밖에 없다 할지라도

우리가 서로 바라보는 동안은

나 무엇 하나

부러운 것이 없습니다

그대 손등 위에 처음으로

떨리는 내손을 포개어 얹은 날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아무도 말은 하지 않았지만

우리는 서로에게

많은 것을 주었습니다

스스럼 없이 준다는 것

그것은

빼앗는 것보다 괴롭고 힘든 일입니다

이 지상에서 한 사람에게

모든 것을 바친다는 것

그것은

세상 전체를 소유하는 것보다

부그럽고 어려운 일입니다

그대여

가진것이 없기 때문에

남에게 줄 것이 없어

마음아파 하는 사람을 사랑합니다

그는 이미 많은 것을

누구에게 준

넉넉한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멀리 있는 것은 아니겠지. 모든 것을 바칠 만큼 자꾸 무언
가를 주고 싶은 사람은 어쩌면 항상 내 곁에 있는 사람들일
것이다. 나의 행복과 즐거움과 고마움을 나의 가족과 주변
사람들에게 나눠 줄 수 있는 내가 되고 싶다. 받는 게 너무
많은 나는 이제부터 그 모든 것을 다시 돌려줄 수 있는 넉넉
한 사람이 되고싶다.*

-시집 "마음이 예뻐지는 시" 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