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기도/김현승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리며

내게 주신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한 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홀로있게 하소서

나의 영혼이 굽이치는 바다와

백합의 골짜기 지나

마른 나무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 같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