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안개 - 3.인연

청하 권대욱

구름 빛이 고운 날에는 추분이 그리워집니다.
하지만 그 날은 바로 낼모랩니다.
가을 날 초저녁에는 내 작은 생을 갸늠하여 봅니다.
무엇이 이곳을 나게 하였을가라고 말입니다.
나는 어디에서 왔을까하고도 합니다.
다만 알지를 못하는 이 가슴이 너무 답답합니다.
거미줄처럼 작은 울타리에서도 갇혀삽니다.
나의 인연이 바로 이것을 만들었을 것입니다.

어머니의 어머니가 걸어간 곳을 찾아보고
아버지의 아버지가 걸어간 곳을 찾아보아도
나는 나의 온 곳을 알 수가 없었습니다.
작은 언덕위에 비추인 저 붉은 석양 너머 세상에도
나의 길은 보이질 않습니다.
다람쥐가 체바퀴를 돌던 것처럼 보입니다.
내 삶이 바로 그런것만 같아 보입니다.
나의 인연이 바로 이것을 만들었을 것입니다.

이제는 나의 모든 것이 바로 나로인함인것을
가만히 앉아 서 보니 정녕 그러합니다.
나의 일이기에 무엇을 원망할 수도 없었습니다.
내가 만든 인연이었기에 이어지는 거미줄이 있고
올려다보니 나는 무수한 빚을 갚아야만 하고
내가 괴롭힌 그 무수한 삶들에게 참회해야 합니다.
아 나의 길은 참으로 힘들것만 같습니다.
나의 인연이 바로 이것을 만들었을 것입니다.

차마 못 감내할 것만 같아 무섭습니다.
그래도 견디어 보렵니다.
내가 지은 인연 이길래 참으렵니다.
나에게는 아무것도 없을 것이니까요.
이제는 인연이라지만 새로움을 만들지는 않으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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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길은 늘 번뇌입니다
그래서 사바 인게지요
청하 권대욱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