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김현승


희망

희망은 분명 있다.

네가 내일의 닫힌 상자를

굳이 열지만 않는다면….


희망.

희망은 분명히 빛난다.

네가 너무 가까이 가서

그 그윽한 거리의 노을을 벗기지만 않으면….


희망.

그것은 너의 보석으로 넉넉히 만들 수도 있다.

네가 네 안에 너무 가까이 있어

너의 맑은 눈을 오히려 가리우지만 않으면….


희망.

희망은 스스로 네가 될 수도 있다.

다함 없는 너의 사랑이

흙 속에 묻혀,

눈물 어린 눈으로 너의 꿈을

먼 나라의 별과 같이 우리가 바라볼 때…


희망


그것은 너다.

너의 생명이 닿는 곳에 가없이 놓인

내일의 가교(架橋)를 끝없이 걸어가는,

별과 바람에도 그것은 꽃잎처럼 불리는

네 마음의 머나먼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