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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심이라고 믿었던 게 어느 날 / 문태준
못자리 무논에 산 그림자를 데리고 들어가는 물처럼
한 사람이 그리운 날 있으니
게눈처럼, 봄나무에 새순이 올라오는 것 같은 오후
자목련을 넋 놓고 바라본다
우리가 믿었던 중심은 사실 중심이 아니었을 지도
저 수많은 작고 여린 순들이 봄나무에게 중심이듯
환약처럼 뭉친 것만이 중심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그리움이 누구 하나를 그리워하는 그리움이 아닌 지 모른다
물빛처럼 평등한 옛날 얼굴들이
꽃나무를 보는 오후에
나를 눈물나게 하는 지도 모른다
그믐밤 흙길을 혼자 걸어갈 때 어둠의 중심은 모두 평등하듯
어느 하나의 물이 산 그림자를 무논으로 끌고 들어갈 수 없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