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각



아무것도 생각이 안 난다
절벽의 끝에 서있는 내게
뛰어내리라는 주문이 들려와
정말 몰랐다고 진땀을 흘리며
난 부정의 말을 늘어놓는다

내가 본 것은 그대가 놓아준
다리만 건넜을 뿐이라고
아무리 변명을 해본들
이제 와서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걸어간 것도 나였고
가다가 멈춰 선 것도 나였는데
이 기이한 벌판에 홀로
아무런 이의 없이 간신히
버티고는 있는 것 뿐인데..




고운날들 보내시고 건강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