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나무 아래서/김정한


큰나무 아래의 그늘은 넓고도 깊다
그래서 지친 사람들이 쉬어 간다
나무는 나이가 몇인자 한번도 말해준 적 없지만
사람들은 나무의 나이를 짐작한다


나무는 언제나 흐트러짐이 없다
큰 나무는 비나 바람에도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하찮은 것이라도
절대 자기 밖으로 밀어내는 일이 없다


넉넉한 자에게도
가난한 자에게도
똑같이 쉴자리를 만들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