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한다는 것은 얼마나 좋으냐/유인숙


사랑이라는 말 범람하여
비좁은 가슴에 담기도 부끄러우나
사랑한다는 것은 얼마나 좋은 일이냐

누군가를 판단하며 미워하기보다
누군가를 생각하며 마음 따뜻해지는 것은
또 얼마나 좋으냐

마른 대지 적시는 빗방울처럼
윤기없는 가슴 촉촉이 적셔주기에
내 그리움 턱없이 부족하지만

파르르 떨리는 입술로
누군가를 향하여
"감사하다"
말할 수 있는 사랑은 얼마나 좋으냐

빈 가슴
지는 노을에 묻고
돌아서는 발걸음 함께 이우니 섧다마는

사람으로 인하여 상처받고
또 사람으로 인하여 치유를 받지만
한 세상 살아가면서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은 얼마나 좋으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