샛강가에서/정호승


아들아

천지에 우박이라도 내렸으며

오늘도 나는 네가 그리워

너를 보낸 샛강가에 홀로 나와

내 넋을 놓고 앉아 사무치나니

아무도 너를 미워할 수 없고

아무도 너를 묶을 수 없고

아무도 너를 죽일 수 없었으나

바람은 또다시 재를 날리고

강가의 나무들도 잎새가 진다

강물은 말없이 저 혼자 흘러

어느새 지는 짧은 겨울해

빈 들을 스치는 바람 소리처럼

붉은 새 한 마리 날아와 우는

무거운 이 땅 하늘을 뚫고

아들아

천지에 우박이라도 내렸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