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신자 표시/박임숙


엄지 손가락은
사랑해라는
단어만 가득 채워두고


입력기에서 망설이다.
폴더를 닫는다.


메뉴판처럼 입력된 이름들
액정에 뜨는 메뉴에 골라 받는
첨단을 달리는 시대


내 번호가 떠도
오랫동안 받지 않는 전화
발신자 표시가 없었을 때는
슬프지 않았다.
그리움만 깊어질 뿐


전화가 울음을 멈추고
네 목소리 들리면 심장은
급격한 펌프질을 하곤 했지.


잠시 네 목소리만 들어도
행복했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