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그친 새벽산에서 / 황지우


비 그친 새벽산에서

나는 아직도 그리운 사람이 있고

산은 또 저만치서 등성이를 웅크린 채

창 꽂힌 짐승처럼 더운 김을 뿜는다

이제는 그대를 잊으려 하지도 않으리

산을 내려오면

산은 하늘에 두고 온 섬이었다

날기 위해 절벽으로 달려가는 새처럼

내 희망의 한 가운데는 텅 비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