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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렸을 때 난 사과를 잘 먹지 못했다

        문제는 나만 안 먹으면 될 사과를 괜히 남까지 못 먹게 하고 
        말을 잘 안 들을 때는 화를 내거나 작은 주먹을 휘둘러 폭력을 행사한다는 데 있었다 
        모든 것은 다 ‘백설공주’ 때문이었다 

        백설공주는 계모가 준 독 사과를 먹고 저주에 빠지게 되는데 
        이 충격적인 장면을 읽은 이후, 나는 더 이상 사과를 먹지 못했다 
        당연히 목에 걸릴까 봐였고 나와 백설공주를 혼동한 못 말릴 공주병 때문이었다 

        물론 나 이외의 다른 사람이 사과 먹는 것을 참지 못했던 것은 
        지네들이 무슨 백설공주라고 하는 원통함이 섞여 있는 심리 때문이었다 
        사과는 백설공주와 백설공주 같은 나만 먹을 수 있는 과일이었던 것이다

        우리의 주제와 관련되어 이야기해야 될 부분은 다음부터다 

        공주는 사과를 깨물고 이내 독이 퍼져 죽음 같은 깊은 잠에 빠지고 만다 
        그러던 어느 날, 지나가던 왕자가 공주의 아름다움에 반해 시신을 궁으로 옮겨 가게 되고 
        잘못하여 관이 움직이면서 공주 목에 걸린 사과가 튀어나오게 된다 
        거짓말처럼 공주는 살아난다 

        나는 이 장면이야말로 삶의 속성에 대한 적절한 은유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누구나 죽을 만큼 힘든 무엇을 목구멍 깊이 박고 살고 있지만 
        그 고통은, 목에 걸린 사과를 순간에 토해 내듯 
        그렇게 어느 순간 단번에 그토록 쉽게 극복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관건은 흔하고 진부한 일상 속에 스며 있는 
        ‘하늘의 지혜’ 를 발견하느냐 못하느냐에 있다고 하겠다 

        하늘의 지혜를 발견한 이는 숨을 죄어 오던 독 사과를 토해 내듯 
        자기 삶의 어두운 끝자락을 끄집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 김혜윤 수녀  <생손앓이> 中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