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해도 외롭고 사랑을 하지 않아도 쓸쓸한 봄날

하지만 세상은 너무나 아름다워

그것만으로 눈물겹게 행복해지는 봄날

그런 날들이 막 시작되려 하는 어느 날 아침에

나는 무엇인가를 잃어버렸다

 

그건 어제까지만 해도 소중하게 붙잡고 있었던 기억이었을까?

아니면 끝내 떨쳐버리고 싶었던 기억이었을까?

 

또다시 돌아온 이 봄날이 또다시 떠나는 그날

그는 내게서 무엇을 가지고 갈까?

혹은 무엇을 남겨두고 갈까?

 

 

황경신 / 봄날이 가지고 가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