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의 풍경 / 정기모
사랑아, 어느 날
찬바람이 제집을 떠나
먼 바닷길로 떠나고
빈 나뭇가지마다 움찔 놀라
서로의 등을 어루만지면
많은 날을 호명했던 시간만큼
두근거림을 애써 참으며
말없이 바라보는 눈길로도 충분한
그리움의 풍경이 되자
전하지 못했던 아득함에 대해
푸르게 앓았던 몸살에 대해
낮달이 전하던 그리움에 대해
아득하게 내려앉던 보고 싶음에 대해
오래 넘기지 못했던 꽃 멀미에 대해서도
그저 바라보는 눈길로도 충분해서
아픈 날들을 고이 접는 눈물겨운
그리움의 풍경이 되자